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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샷추를 마시면 떠오르는 것

수상한너구리 2023. 5. 31. 03:15

오늘 집을 향해 걷던 중 날이 너무 더워 시원한 아샷추를 사 먹었다. 쌉쌀하지만 달달한 맛의 아샷추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료이다.

나는 아샷추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사장님의 권유로 아주 조금 먹어본 게 처음이었다. 가끔 아샷추를 먹으면 카페에서 일하던 때가 떠오르곤 하는데, 그다지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알바 경험이 많이 없을 때 알바 이력서를 여러 군데 돌리며 겨우 합격한 카페 주말 알바였다. 하지만 내가 일을 잘하지 못했기에 3개월 간의 계약기간이 끝이 나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종강 후에는 자취방을 떠나 집에 있을 것이었기에 알바를 그만할 생각이었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때 당시 비대면 수업을 주로 하던 때라 대학생활을 하지 못했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일이 적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알바에서 잘렸다는 충격과 평소 외로움으로 인해 알바가 끝난 후 바로 평소 타던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다.

3, 4시간이 걸리는 거리인 데다가 폭우를 뚫고 쭉 달린 후에야 집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전통보 없이 온 집이었기에 부모님은 깜짝 놀라며 나를 반겨주었다. 집에 도착하여 씻은 후 맛있는 밥을 먹고 남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참 좋았다.

다음날인 일요일 점심이 좀 지났을 때 집을 떠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3시간에 걸쳐 자취방에 돌아갔다. 다행히 그날은 비가 오지 않고 화창한 날씨였기에 무사복귀할 수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브레이크도 잘 들지 않아 고생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카페 사장님께 죄송하단 생각도 들고 내기 철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집으로 향한 이유를 알고는 있지만 그 이유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때의 내기 얼마나 철이 없었는 지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이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철이 없던 나의 대처 능력과 미숙했던 나를 감추고 싶었다.



팔레트 (Feat. G-DRAGON)
아티스트
아이유
앨범
Palette
발매일
1970.01.01